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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0 09:56

내 사양을 바꾼 게임들 (1) 이스 4 The Dawn of YS , PC 엔진 듀오

0 편에서는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을 지름의 길로 인도했던 대표적 악명(?)의 게임들을 살펴보았다. 물론 필자도 해당 게임들로 뽐부질을 적지 않게 받기도 했지만, 언제나 가난(..)했기에 항상 최고의 하드웨어를 요구하는 그런 게임들은 실제로 지름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고, 시대가 다 가도록 기다림과 기다림 끝에 기변이나 업그레이드로 원하는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기변이나 업그레이드는 잦았으되 최신 기술을 위한 것은 거의 없었던 셈. 여튼, 1편이니 만큼 게임 인생에서 가장 간절했던 기기 변경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PC 엔진 듀오와 이스 4 이스의 여명 (YS 4 The Dawn Of YS)

필자는 아돌이라는 닉네임을 쓰고있을 정도로 이스 시리즈의 광팬이며 이스 4 는 필자를 처음으로 게임기에 목메이게 했던 게임이다. 아주 어렸던 시절 겜보이 (세가 마스터 시스템) 이후 은 PC 로만 해왔던 (MSX2, IBM) 지라 당시 SFC 등으로 날리고 있던 파이날 판타지조차 게임 잡지에서 한두번 봤을지는 모르나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고 고작해야 겜보이를 가졌었다는 이유 덕분에 슈퍼겜보이 (메가드라이브) 정도에나 아주 조금 관심이 있는 수준이었지 게임기 자체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스트리트 파이터 2 는 정영덕(wd40)님 덕분에 PC통신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즐길 수 있었고 (전화비가 장난 아니었지만) 당장 스파보단 삼국지 무장쟁패가 더 좋았던 시절이었으니..

그러던차에 93년 말 발매된 것이 PC엔진용 이스 4.


사실 발매된다는 것조차 애초에 몰랐지만 94년 친구가 가져온 게임 잡지의 랭킹에 이스 4 가 당당히 1위로 올라있는 것을 통해 알게되었다. 이미 전부터 이스 시리즈를 맹목적으로 좋아했던 필자인지라 이는 충격이었고 곧바로 친구를 데리고 시내의 게임 상가로 달려갔는데.. 왠걸, 때마침 당시 게임상가에서는 이스 4 의 오프닝을 시연하고 있었고 시연중인 오프닝의 박력과 매력은 필자의 가슴을 100t 해머로 사정없이 내려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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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ROM 덕분에 이런 컷신에 보이스 연기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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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왔다고 쪼르르 달려온 리리아


지금보면 초라하기 짝이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때의 감동 덕분에 여전히 필자의 눈에는 미화되어 보이는 영상이며, 무려 음성까지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더 충격이었던 오프닝이다. (오프닝 이후에 나오는 도기와 고반의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은 당시의 제한된 표현력으로 재현했던 캐릭터들간의 소통이 이제와서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함께 녹화) 뭐 당시의 눈에 비춰진 모습으로는 고퀄리티 애니메이션 수준. 어쨌든 이스 4 의 발견 이후 필자는 처음으로 게임기라는 것이 눈이 뒤집혔지만 슬프게도 실제 이스 4 를 첫 플레이한 건 3년의 시간이 흐른 97년 이었다. (이스 4 의 비정상적 탄생의 비화는 훗날  언젠가 이스 이야기에서...)

너무나도 거대한 장벽이었던 PC 엔진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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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엔진 + CD-ROM 시스템 합체!


이스 4 가 시장을 강타하던 94년은 닌텐도의 슈퍼패미콤가 시장을 제압하고 세가의 메가드라이브와 NEC의 PC 엔진이 뒤를 쫓는 형국의 시절이다. 그 중 PC 엔진은 줄곧 특이한 시스템을 고수했는데, 80년대까지는 휴카드(Hu-Card)라는 형식의 매체를 체택했고 이후에는 게임기로써는 최초로 CD를 매체로 택했다. 휴카드는 지금의 메모리카드와 비슷한 성격으로 당시 주류이던 롬팩보다 훨씬 작고 이쁜 사이즈였으며 CD 야 뭐 다들 잘 아실꺼다. PC엔진은 패미콤 시절 휴카드를 택했고 슈퍼패미콤 으로 세대가 넘어올때 최초로 CD 를 택했는데, 이는 기존의 휴카드 사용 본체에 CD-ROM 애드온 기기를 장착하는 형식이었다. (이런 모토는 후에 메가 CD 에도 채택되었고 후에 슈퍼패미콤도 시도하려다 그만두게 되고 그로인해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을 따로 발매하게되기도 하였다.) 당시 CD라는 매체는 최초 목적이었던 음악에서도 서서히 정착되가는 시점이었으니 게임기에 CD를 사용하려 하는 것이 오죽 기계기 비쌌으랴. PC엔진 CD-ROM 시스템은 지금의 PS3 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체감 고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던지라 부자집 도련님이 아니면 학생으로썬 엄두도 못낼 게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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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의 각 카리스마를 뽐냈던 PC엔진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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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형이었던 흰색 둥그스룸 듀오 R


PC 엔진 듀오는 휴카드 시스템과 CD-ROM 시스템을 일체형으로 후에 그나마 가격 거품을 빼서 나온 게임기지만 역시나 고가였고 이스 4 가 나온 시점에서는 이 PC 엔진 듀오가 PC 엔진 계열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던 시기. 그리고 바로 필자가 꿈에서도 그리던 그 게임기다. (이름도 멋지지 않나? PC 엔진 듀오. 캬..)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당시 시장 가격이 대략 3~40 만원 수준이었으니 역시나 엄두도 못댈 수준인 것은 마찬가지였고 결국 필자는 세월의 흐름속에 수시로 하이텔 게임기동의 중고 장터 가격을 체크하다가 97년에서야 겨우 PC 엔진 듀오의 저가형으로 발매된 PC 엔진 듀오 R 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 이스 4 하나 때문에 3년이라는 시간동안 뼈와 살을 깎는 고통 (..은 많이 오바고) 속에 눈물겨운 기다림 끝에 겨우 듀오 R 로 이스 4 를 플레이 할 수 있었다. 3년이 지나는 동안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도 발매되었건만 필자의 눈에는 그저 듀오 R 앞에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PC 엔진 듀오의 모양은 현재의 PS3 모양과 흡사하다. 소니 스타일이라며 자신들을 브랜드화한 소니가 참고한 것으로 보일 정도니 당시로써는 기기의 디자인 수준이 꽤나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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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4 와 함께 PCE RPG 의 본좌였던 천외마경 2 만마루 (스크린샷은 PS2 이식 버전)


엄청난 뒷북으로 구입한 게임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PC 엔진 소프트들은 PC 엔진이라는 게임기가 가지는 매니악성 덕분에 여전히 상당한 고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당시 구입한 이스 4 는 CD 표면에 기스가 죽죽 가있는데다 매뉴얼을 사정없이 구겨지고 사이드레벨도 없는 C 급이었음에도 5만원이라는 거금을 줘야 했고 천외마경 2 같은 PC 엔진의 본좌급 게임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희소성이 귀하다는 이스 1, 2 합본 패키지나 제나두 2, 천사의 시 2 같은 타이틀들은 그저 부르는게 값이었던 시절. PC 엔진은 SFC와는 달리 또다른 일본 RPG 머신으로 매니아들에게는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것.


어렵고 긴 기다림 끝에 손에쥐었던 게임기였기 때문인지 필자는 거의 병적으로 PC 엔진 게임들의 수집에 뛰어들었고 손을 거쳐간 게임들이 대략 30 타이틀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제대로 플레이 못해본 타이틀이 부지기수..) 악착같이 기다렸고 악착같이 모았기 때문인지 PC 엔진 듀오 라는 게임기와 타이틀들은 개인적으로 더욱 애착이 갈 수밖에 없는 녀석들이다. 그래서인지 개인적 게임사에서 가장 치명적 실수들로 듀오 R 을 헐값에 팔아치운 것과 찔금 찔금 팔다가 언젠가 팔콤 타이틀들을 제외한 10종의 PC 엔진타이틀들을 묶어서 덤핑 도매급으로 처분해버린 것이라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 썩혀두었으면 듀오 R 은 절대 안팔고 타이틀들은 그 몇배는 받을 수 있는 가치&희소성 있는 것들이었는데.. 그놈의 아이리버 MP3CDP 가 뭐였다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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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장의 이스 4 일러스트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 일러스트


어쨌든 이스 4 는 필자의 게임사에서 가장 절실했던 게임이었고, PC 엔진 듀오는 아마 평생동안 최고의 게임기로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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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시대를 앞서간 PC엔진 듀오

    Tracked from Old Game Fan 2008/10/09 14:24 delete

    일본 만화영화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PC엔진은 꿈의 게임기였다. 메가드라이브나 슈퍼패미콤과는 수준이 다른, 풍부한 음성과 애니메이션 처리가 아주 멋지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반포의 게임점에서 PC엔진 CD게임인 <천외마경2>와 <드래곤슬레이어 영웅전설1>의 오프닝 동영상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요즘 기준에서 보면 별 거 아닌 동영상이지만, 당시로서는 거의 만화영화 수준의 애니메이션과 음성이 게임에서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고...

  1. Leviathan 2008/01/30 12:09 address edit & del reply

    커헉;; PC엔진...정말 그리운 이름입니다. 뭐, 저야 SFC를 썼으니, 직접 써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PC 엔진으로 나온 게임들이 주옥 같은 게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훗날 PC 에뮬로 게임을 돌렸을 때, 정말 재밌게 돌린 게임도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허드슨에서 게임기도 냈군요. PC엔진이라면 나름 많이 판 콘솔인데, 왜 허드슨이 후속 기종을 안냈을까요? 그게 아직도 궁금합니다;;;

    덧.그러고 보니, 천외마경 2 만마루는 DS로도 이식이 됬더군요.

    • 아돌 2008/01/30 22:21 address edit & del

      PC 엔진은 허드슨 제품이 아니라 NEC 제품입니다. 후속기종은 PC-FX 라고 천외마경 3가 나오느니 마느니 하다가 결국 안나오고 미소녀 게임기로 전락해버린.. ;; 그뒤로 NEC 가 손 뗀걸로 알고있어요.

      허드슨은 천외마경 2 나 이스 시리즈.. 그밖에 게임을 제작했구요. 거의 PC 엔진용 메인 타이틀 게임들은 전부 제작했다고 봐야죠. ^^;

      PC 엔진 시절 하면 아무래도 떠오르는 것이 허드슨인지라 허드슨이 PC 엔진 제작사라는 오해를 많이 사기도 했습니다. 엄.. 레비아탄님도 그것때문에 잠시 혼동하신듯.. ㅎㅎ

  2. Sirjhswin 2008/02/04 00:37 address edit & del reply

    앗...! 드디어 이스관련 이야기가 올라왔군요.
    저로서는 내심 아돌님이 이스 게임을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스 관련 이야기가 올라오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아돌님께서 감명깊게 플레이 했던 이스판은 이스4 였군요.

    저는 이스3라고 할 수 있는 Wanderers from YS는 플레이 해봤는데
    이스4는 안타깝게도 플레이 해본적이 없네요.

    지금이라도 플레이 해볼수 있으면 좋을텐데...
    방법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제가 감명깊게 한 이스판은 이스2 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이스2 스페셜 입니다.

    국내 기업인 만트라가 팔콤에서 라이센스만 취득해서
    자신들이 새로 만든 게임인데, 이미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호평도 있었지만, 버그도 너무 많고 이스 세계관을 왜곡한다고 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저는 너무나 재미있게 플레이 했었고, 이스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되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중간에서 세이브가 안되고, 세이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여관에서만 세이브가 가능했기 때문에
    너무나 높은 탑을 오르거나 복잡한 길을 헤맬때는 밤늦게 까지, 심지어 날을 세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어느새 정겨운 추억의 한페이지에 남아있네요.

    생각해보면 지금 만트라가 망하고 없는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만트라가 계속 있어줬다면, 지금까지 쭈~욱 팔콤의 이스 게임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계속해서 패키지로 발매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사라지질 않네요.

    • 아돌 2008/02/05 10:30 address edit & del

      아 이스 2 스페셜로 이스에 들어오셨군요.
      그때 정말 이스 팬들에게 여러가지로 몰매 많이 맞았던 게임이죠. ^^;
      저도 이스 2 스페셜 발매를 상당히 기대하며 기다렸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
      이스라는걸 떠나서 게임으로 보면 나름 재미있었는데
      문제는 말씀대로 세이브도 안되고.. 뭐 있던 도박장도 막혀버리고.. 문제가 많았었던 ;;

      만트라가 망하고 그 후에도 판매량 문제로
      이스 시리즈가 패키지 발매는 중단되버렸지만
      그나마 아루온을 통해 온라인 발매라도 되는건 다행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