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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21:51

연출이 부각된 MMORPG SP1, 그 연출을 한번 까보자.

프리 오픈 베타를 거쳐 본격적인 베타 서비스에 돌입하는 넥슨의 MMORPG 사일런트 플롯 1 (Silent Plot 1). 약자인 SP1 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게임은 2차 대전 후의 현대를 게임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엮어 세기말적 분위기를 잘 우려내고 있는 넥슨의 기대작이다.

특히 SP1 이 게임의 첫인상부터 주목되는 이유는 이제까지의 MMORPG 게임들과는 차별화되는 연출의 부각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의 MMORPG 들이 연출을 배제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주 특별한 슈퍼 울트로 초캡숑 메인 이벤트가 아니고서는 퀘스트나 스토리의 연출이 매우 단조롭게 혹은 그저 내 캐릭터 앞의 NPC 와의 대화로 끝나는 것이 전부였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유저 스스로 카메라 앵글을 이리저리 돌리며 화면을 바라보는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SP1 은 유저에게 마치 싱글 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NPC 와의 만남이나 대화, 퀘스트 진행에 있어 게임 스스로 친절하게 카메라 워크의 현란한(?) 움직임, 장면 전환 등 다양한 연출 장면을 삽입해 줘 온라인상에 짜여진 스토리에 보다 몰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는 레벨업을 위한 연속된 사냥을 위한 노가다성 플레이나 타유저와의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성 플레이에 치우치기 쉬운 MMORPG 에 유저에게는 퀘스트와 스토리의 재미 동기를 부여해주고 제작진은 힘들게 만들어낸 자신들의 스토리를 보다 부각 시킬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덕분에 SP1 은 유기적으로 어렴풋이 연결된 자잘한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의 몰입감이 뛰어나고 이를 양파 껍질 벗기듯이 살살 벗겨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

하지만, SP1 이 이렇듯 연출을 부각시켜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음에도 정작 SP1 의 연출을 작정하고 삐딱하게 바라본다면 너무나 허술하다. 멋한번 내볼까? 라는 의도는 보이지만 겉핥기 식으로 충분한 고민 없이 연출 씬을 일단 막 찍어낸 느낌. SP1 의 연출 부각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고 실제 그 재미를 느끼고 있지만 이왕 연출을 부각시킨 만큼 즐기는 입장에선 보여지는 연출이 보다 꽉 짜여진 임팩트한 연출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욕심일 것이다. 고로 그 허술한 연출 이야기를 좀 자세하게 해보자.

SP1 의 모든 연출 씬들을 꼬치꼬치 다 살펴볼 수는 없으니 본 포스트에서는 SP1 을 즐긴 모든 게이머가 한번쯤 봤을 프롤로그 모드의 이벤트 씬을 기본으로 SP1 연출의 허술함을 말해보고자 한다. (아래의 동영상은 프롤로그 동영상까지 포함되므로 프롤로그 모드는 2분 11초 부터 시작. 동영상 러닝타임은 대략 15분 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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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차 사고 직후
의문의 레자 패션 여성이 열차 사고를 보며 '이런 끔찍한 일이..' 라고 말하고 있는데 정작 시선은 엉뚱한 곳을 보고 있다. 또한 주인공에게 '괜찮아요?' 물으면서도 시선은 엉뚱한 곳으로. 주인공의 시선도 역시 허공.

얼굴 클로즈업 상태에서 '당신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라고 한뒤 갑작스레 카메라가 바뀌며 휙 사라져 버리는 의문의 여성. 갑작스레 카메라 워크를 바꾸기보단 천천히 롱샷에서 클로즈로 이어가며 같은 카메라 워크를 보여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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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철로에 쓰러진 남성과의 만남

남성을 클릭하면 뜬금없이 남자가 한마디 하고는 쓰러져버린다.
헌데 연출 씬이 끝나면 남자와의 퀘스트 대화가 이어진다. 상황의 전후 관계가 좀 묘연.
퀘스트 대화의 성격을 연출하기 위한 사전 연출이었다면 남자가 쓰러진 이후 페이드 아웃 효과라도 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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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복도를 이동 중 열차 광경
복도를 이동하다가 갑자기 열차 내부의 이벤트 씬으로 전환된다. '어라? 이거 뭐야?' 라는 당혹감.
페이드 인 효과나 약간의 시간적 텀을 줘서 "이벤트 씬이 시작됩니다." 라는 암시를 줬어야.
하물며 그 복도에서 어떻게 주인공이 열차의 정경을 볼 수 있었을까?
이 장면은 단순히 유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게임 속 캐릭터가 직접 본' 장면인데 그 연결 고리가 없다.
대원들에게 총을 맞고 살해되는 시민들이 쓰러지는 것도 타격감 부족. 단순히 미적지근한 정도가 좀 지나침.
마지막으로 시체를 불태우는 대원의 화염 방사기 발사 장면에서 사운드와 그래픽의 싱크 괴리감.
(이는 게임내의 전투에서도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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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녀 앤과의 만남
열차 이벤트 후 다시 복도를 지나다 구석에서 울고 있는 소녀 앤과의 만남. 역시 너무 갑작스럽다.

울고있던 앤이 주인공이 다가옴을 인지하고 '누구세요?' 하는 장면의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갑자기 바뀐 카메라 각도도 어색. 갑자기 카메라를 바꾸려 했다면 울고있던 장면부터 시작해 앤이 주인공이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는 모습을 그렸어야.

앤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되새기는 주인공. 헌데 시선이 대체...

주인공의 말을 듣고 앤이 "거짓말!" 하면서 혼자 뛰어가버린다. 근데 이 아이는 순간 이동 능력이라도 있는지 계단 위에서 부터 뛰어감. 게다가 주인공은 왜 뒤돌아보는거지? 앤과 마주보며 이야기 하고 있었잔아!? 이 장면은 원래 앤이 있던 장소부터 뛰어가는 장면을 주인공이 손이라도 안타깝게 뻗으면서 지켜보도록 했어야 더 맞는것 같다. 갑작스레 이유없이 뒤돌아버린 주인공 과 순간이동 해버린 앤의 괴리감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어색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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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열차 안에서 앤의 아버지가 나타남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비정상적인 아버지가 나타난다. 앤이 아빠를 보고 달려나감. '쿵' 하며 뭔가가 나타나고 앤이 아버지임을 인식한 장면을 보다 부각시키기 위해 앤의 클로즈업을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고 그상태에서 서서히 카메라 위치를 멀게해 달려나가는 장면까지 보여줬다면.

아버지가 화염방사기에 당하는 장면에서 앤의 처절함을 교차시키면서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좌절 상태.
아버지가 괴물로 변신. 이때 보다 강함 임팩트 효과가 들어갔다면.
괴물이 한 대원을 죽이고 다른 대원에게 달려나갈때 카메라의 방향이 좀 어색하다.
달려오는 괴물의 긴박감을 대원의 시선 혹은 대원 등뒤의 시선으로 보여줬다면.
혹 괴물의 시선을 연출했다면 카메라가 흔들리는 정도의 효과. (쿵 쿵 하며 걸어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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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인공이 갑자기 살아나 괴물과 대결
주인공이 살아나는 서 모습을 카메라로 반대쪽부터 주인공으로 시선을 옮기며 따라가고
주인공이 딱 나타난 부분에서 사운드 효과로 '신비감'을 알린다. 여기에 시각 효과도 첨부되었다면 좋았을 것. (급 줌인 줌아웃 이라던가)
주인공이 대결에서 괴물을 죽이고 전투가 끝나자마자 한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죽은 괴물에게 다가가는 앤.

전투가 끝나는 순간 시작되는 연출이 괴물이 죽는 순간을 좀 더 처절하게 그려지는 것부터 시작했어야 하고 앤이 "아빠!!!!!!"  하고 이전보다는 더 처절한 반응을 보이며 뛰어갔어야.  인생 산전수전 다 겪은 전장의 베테랑 할머니도 아니고.. 느긋 느긋 걸어가는 앤..


이상으로 정말 이상하다고 느꼈던 프롤로그 모드의 연출 씬들을 되짚어봤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영화나 영상 카메라에 대해 어떠한 배경 지식이 없음에도 꼴에 이런식으로 일일이 트집을 잡는 것은 그런 내가 보기에 너무나도 답답했던 연출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같은 연출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유저마다 각자 틀리겠지만 최소한 '어색한 연출' 이라는 느낌은 공통 의견이리라 생각된다. 위와 같은 씬들을 바탕으로 몇가지 추가해 SP1 연출의 공통 문제점들을 꼽아보면..

1. 연출 씬이 숨넘어갈 정도로 급박하게 튀어나오고 끝난다.
2. 카메라 워크가 단순히 이 각도로 찍었다 저 각도로 찍었다 겉멋만 들었지 실속이 부족하다.
3. 카메라의 줌인 줌아웃을 분위기나 필요에 맞게 속도 조절을 못한다.
4. 카메라 워크의 변화 외 어떤 화면 이펙트를 주지 않는다. 아주 기초적 효과조차 없다.
5. 사운드 효과와 시각 효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함.
6. 캐릭터들이 입이 굳게 닫혀있다. 표정 변화도 없음.
7. 캐릭터들의 동작이 굳어있고 극히 제한적. 심심함.

이 중 캐릭터들의 문제는 SP1 의 캐릭터들이 실제 플레이 상에서 표현할 수 있는 기본 동작들로만 이벤트 씬을 체우려 한 무성의함의 결과다. 이벤트를 특화한 게임이라면 그 특화된 이벤트를 보다 충실히 체워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그런 적극성이 결여된 체 카메라 워크의 현란함 (어색한) 움직임 만으로 떼우려 한 것. 덕분에 그럴듯 해보이지만 정작 참 답답하고 한심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띈다. 게다가 성우들의 음성 연기력도 좀 떨어지고 목소리의 일관성이 연속 장면에서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도 거슬렸던 점. 게임 내 이벤트씬에서는 한 음성 대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음성대사가 동시에 플레이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었다. 쉽게 말하면 연기 지지리도 못하는 샤방샤방 이쁘고 멋진 배우와 그저 그런 감독이 만난 영상을 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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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짜인 연출이 얼마나 게임을 돋보이게 해주는 가? 라는 질문에 근래에 가장 명쾌한 대답을 줬던 게임이 콜 오브 듀티 4 다. 비록 콜 오브 듀티 1편이 보여줬던 참신함과 새로움이 콜 오브 듀티 4 에는 없지만 시리즈를 이어오며 제작사가 보여준 역량에 보다 섬세하고 꽉 짜인 연출로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를 극도로 끌어 올렸다. 물론 그 연출은 게임과의 유기적 연관성을 유지해야한다. 하물며 제한된 색상과 평면적인 2D 도트 그래픽으로 게임을 보여주던 시절조차 상황의 효과적 전달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도트 한두개의 미묘하지만 결정적 차이를 주는 것으로 훌륭한 전달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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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1 은 그런 시절에 비한다면 보다 다양하고 확실한 연출을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으며 연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해 그것을 반영했고 유기성도 유지되고 있는 게임임에도 정작 그 연출의 수준에 있어서만큼은 실망감을 안겨준다. 다양한 연출의 도입으로 그 실효를 거두고 있으며 막 본격적인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인 만큼 이제 세부 연출의 수준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다 멋진 게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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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둠헤머 2008/04/01 02:42 address edit & del reply

    연출도 연출이지만 가면을 뒤집어 쓴것처럼 꿈쩍도 안하는 얼굴이 좀 괴기스럽네요..;;
    캐릭명이 훌륭합니다..ㅎㅎ

    • 아돌 2008/04/02 03:45 address edit & del

      SP1 주민들은 모두 무공 공수로 전음법으로 대화를 합니다. ㅋㅋ
      저 캐릭터 네임은 프롤로그 다시 찍기 위한 임시 캐릭터구요. 본캐릭터 이름은 '꺄앜' 입니다. ㅋㅋㅋㅋ

  2. Leviathan 2008/04/01 10:40 address edit & del reply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경험 부족으로 인한 연출의 미흡'라는 느낌이군요;;;

    • 아돌 2008/04/02 03:46 address edit & del

      좋게 말하면 경험 부족이고.. 나쁘게 말하면 성의 부족이죠. 사실 너무 허술하니.;;

  3. Bengi 2008/04/03 23:43 address edit & del reply

    솔직히 그래픽이 하프라이프1 엔진과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팍팍드는 게임...

    게임 구성은 좀 할 만하겠은데.. (오프닝 인상적.. 다만 앵글이 ㄱ-)

    • 아돌 2008/04/04 23:33 address edit & del

      에.. 캐릭터 모델링 문제인가요? 그래픽 퀄리티는 상당히 좋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전 그래픽 기술쪽은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 눈에 좋아보이는 수준 밖에는 판별을 못해요.. ^^;